
갑상선기능항진증 원인, 스트레스가 다가 아닙니다: 그레이브스병부터 중독성 결절까지 정밀 분석
[요약] "스트레스 때문에 갑상선이 나빠졌다"고 자책하고 계신가요? 갑상선기능항진증은 단순한 심리적 요인이 아닌, 면역 체계의 오작동과 물리적인 혹(결절), 그리고 염증이 얽힌 복합적인 내분비 질환입니다. 당신의 갑상선이 왜 통제를 벗어나 폭주하게 되었는지, 그 근본적인 의학적 원인 4가지를 명쾌하게 파헤쳐 드립니다.
원인에 따라 '치료법'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많은 환자분이 갑상선 호르몬 수치가 높으면 무조건 '항갑상선제(호르몬을 줄이는 약)'를 먹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는 의학적으로 매우 위험한 착각입니다.
어떤 사람은 면역계의 공격 때문에, 어떤 사람은 갑상선에 생긴 혹 때문에, 또 어떤 사람은 일시적인 염증 때문에 호르몬이 많아집니다. 원인을 제대로 감별하지 않고 약을 쓰면 오히려 병을 키울 수 있습니다. 내 몸의 엔진이 과열된 진짜 범인을 찾아보겠습니다.

1. [가장 흔한 원인] 그레이브스병 (Graves' Disease)
우리나라 갑상선기능항진증 환자의 **80~90%**가 바로 이 병 때문입니다. 그레이브스병은 갑상선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이 고장 난 **'자가면역질환'**입니다.
- 가짜 사장님의 등장: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뇌하수체(진짜 사장님)가 명령을 내려야 갑상선이 호르몬을 만듭니다. 그런데 그레이브스병 환자의 몸에는 **'갑상선 자극 항체(TSH-R Ab)'**라는 가짜 사장님이 생깁니다.
- 무한 노동: 이 항체는 갑상선에 달라붙어 "쉬지 말고 호르몬을 계속 만들어내!"라고 끊임없이 자극합니다. 갑상선은 이 가짜 명령을 거부하지 못하고 24시간 풀가동하여 호르몬을 쏟아냅니다.
- 특징: 눈이 튀어나오거나(안병증), 목 전체가 커지는 증상이 동반된다면 거의 100% 그레이브스병입니다. 유전적 소인이 강하며, 스트레스는 이 면역 반응을 촉발하는 방아쇠(Trigger) 역할을 합니다.
2. [구조적 원인] 중독성 결절 & 다발성 갑상선종
그레이브스병이 갑상선 '전체'가 미쳐 날뛰는 것이라면, 이 경우는 갑상선 내부에 생긴 **'일부 혹(결절)'**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입니다. 주로 나이가 많은 고령층에서 발견됩니다.
- 반란군 공장: 갑상선에 생긴 혹 중에서, 뇌의 통제를 받지 않고 제멋대로 호르몬을 찍어내는 혹을 **'자율 기능성 결절(Hot Nodule)'**이라고 합니다.
- 특징: 갑상선 전체가 붓기보다는 목의 한쪽이 불룩하게 만져집니다. 항갑상선제 약물 치료가 잘 듣지 않는 경우가 많아, 방사성 요오드 치료나 수술이 우선 고려되기도 합니다.
3. [일시적 원인] 파괴성 갑상선염 (저장고 누수)
이 경우는 엄밀히 말하면 호르몬을 '많이 만드는' 병이 아닙니다. 염증 때문에 갑상선 세포가 파괴되면서, 창고에 저장되어 있던 호르몬이 혈액 속으로 한꺼번에 '새어 나오는' 상태입니다.
- 아급성 갑상선염: 감기 몸살처럼 앓고 난 뒤 바이러스가 침투하여 발생합니다. 목이 몹시 아프고 열이 납니다.
- 산후 갑상선염 / 무통성 갑상선염: 출산 후나 특정 이유로 통증 없이 염증이 생깁니다.
- 중요 포인트: 이 경우엔 호르몬 생성이 과다한 게 아니라 '누수'된 것이므로, 절대로 항갑상선제를 쓰면 안 됩니다. 염증이 가라앉으면 저절로 좋아지기 때문에 대증 치료만 하며 기다려야 합니다. 이를 항진증으로 오진하여 약을 먹으면 영구적인 '갑상선기능저하증'으로 악화될 수 있습니다.
4. [외부 요인] 약물 및 요오드 과다
우리가 무심코 먹는 것들이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 부정맥 치료제 (아미오다론): 요오드 함량이 매우 높아 갑상선 기능을 교란시킬 수 있습니다.
- 요오드 과잉: 다시마 환이나 고농축 요오드 보조제를 장기간 과다 복용할 경우, 갑상선 기능에 이상이 있는 분들은 호르몬 생산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요오드 유발 항진증'이 올 수 있습니다.

정확한 진단명이 곧 치료의 시작입니다
단순히 "갑상선 수치가 높네요, 약 드세요"라고 말하는 병원보다는, **"수치가 높은 원인이 그레이브스병인지, 염증인지 확인해 봅시다"**라고 말하는 의사를 만나야 합니다.
이를 구별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혈액 검사로 **'자가면역항체'**를 확인하고, '갑상선 스캔(Scan)' 촬영을 해보면 됩니다. 원인을 정확히 아는 것이야말로 불필요한 약물 복용을 막고, 당신의 소중한 갑상선을 지키는 지름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