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상선기능항진증 음식, 미역국은 '독'입니다: 약만큼 중요한 식이요법 가이드
[요약] "갑상선엔 해조류가 좋다"는 말은 저하증 환자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항진증 환자에게 요오드는 불난 집에 붓는 기름과 같습니다. 폭주하는 갑상선을 진정시키기 위해 반드시 제한해야 할 음식과, 약해진 뼈와 근육을 지키는 필수 영양소를 전문가의 시선으로 정리해 드립니다.
밥상이 치료를 방해하고 있습니다
진료실에서 만나는 그레이브스병(갑상선기능항진증) 환자분들 중, 건강을 챙기겠다면 다시마 환을 드시거나 요오드 영양제를 직구해 드시는 분들을 보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습니다.
항진증은 갑상선이 원료(요오드)를 닥치는 대로 잡아들여 호르몬을 과잉 생산하는 질병입니다. 이때 요오드가 풍부한 음식을 먹는다는 건, 과열된 공장에 연료를 무제한 공급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약물 치료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합병증을 막기 위해, 식탁 위에서 당장 바꿔야 할 원칙들을 알려드립니다.

1. [절대 금기] 요오드 폭탄을 피하세요
갑상선기능저하증과 달리, 항진증 환자는 **'저요오드식(Low-Iodine Diet)'**이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특히 약물 치료 초기나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앞두고 있다면 더욱 엄격하게 제한해야 합니다.
- 해조류 (Dangerous Zone): 김, 미역, 다시마, 파래, 톳 등은 요오드 함량이 상상을 초월합니다. 미역국이나 김밥은 당분간 식단에서 지우시는 것이 현명합니다. 국물 요리에 들어가는 다시마 육수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 어패류: 생선, 조개, 새우 등 바다에서 나는 식재료에도 요오드가 많습니다. 아예 끊을 수는 없겠지만, 매끼 드시는 것은 피하고 주 1~2회 정도로 조절하십시오.
- 천일염: 정제되지 않은 천일염이나 구운 소금보다는, 요오드가 제거된 **'정제염(맛소금)'**을 사용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2. [반전] 십자화과 채소는 '약'이 됩니다
갑상선기능저하증 환자에게는 피하라고 했던 채소들이, 항진증 환자에게는 오히려 도움이 되는 흥미로운 경우가 있습니다.
- 양배추, 브로콜리, 케일: 이 채소들에 들어있는 '고이트로젠' 성분은 갑상선의 요오드 흡수를 방해하여 호르몬 생성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 활용법: 일반인이나 저하증 환자에게는 갑상선 기능을 떨어뜨려 문제지만, 기능이 너무 높아 문제인 항진증 환자에게는 자연스러운 '식품 항갑상선제' 역할을 해줍니다. 샐러드나 쌈으로 충분히 섭취하셔도 좋습니다.
3. [필수] 뼈 도둑을 막는 '칼슘'과 '비타민 D'
갑상선 호르몬이 과다 분비되면 뼈의 신진대사가 지나치게 빨라져, 뼈가 만들어지는 속도보다 녹아 없어지는 속도가 더 빨라집니다. 그래서 젊은 환자라도 골다공증 위험이 급격히 높아집니다.
- 칼슘 급원: 우유, 치즈, 요거트 같은 유제품을 매일 챙겨 드십시오. 멸치는 요오드가 많아 꺼려지신다면 유제품이 최고의 대안입니다.
- 비타민 D: 칼슘 흡수를 돕기 위해 비타민 D 영양제를 따로 복용하거나, 하루 20분 이상 햇볕을 쬐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4. [관리] 심장을 뛰게 하는 것들을 끊으세요
항진증 환자의 심장은 이미 마라톤을 뛰고 있는 상태(빈맥)입니다. 여기에 자극을 주는 음식은 심장에 엄청난 무리를 줍니다.
- 카페인 (커피, 에너지 드링크): 카페인은 교감신경을 자극해 가슴 두근거림과 손 떨림 증상을 악화시킵니다. 증상이 조절될 때까지는 디카페인 커피를 드시거나 완전히 끊는 것이 원칙입니다.
- 알코올: 술은 탈수를 유발하고 대사를 교란시킵니다. 체온이 오르고 맥박이 빨라지는 항진증 증상을 증폭시키므로 금주는 필수입니다.
- 매운 음식: 캡사이신 역시 땀 분비를 늘리고 심박수를 높입니다. 자극적인 음식보다는 담백한 조리법을 선택하세요.
5. [보충] 단백질과 수분을 꽉 채우세요
가만히 있어도 에너지가 타버리는 소모성 질환이기 때문에, 근육 손실이 큽니다.
- 고단백 식단: 콩(두부), 닭고기, 소고기(살코기), 달걀 흰자 등 양질의 단백질을 평소보다 더 많이 섭취하여 근육이 빠지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 충분한 수분: 땀을 많이 흘리고 설사가 잦아 탈수 위험이 큽니다. 하루 2~3L의 물을 수시로 마셔 체내 수분 밸런스를 맞춰주어야 합니다.

무엇을 안 먹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갑상선기능항진증 식단 관리의 핵심은 "무엇을 더 먹을까?"가 아니라 **"무엇을 뺄까?"**에 있습니다.
오늘 저녁 식탁에서 김과 미역국을 치우고, 그 자리에 두부 조림과 양배추 쌈을 올려보세요. 그리고 후식으로 커피 대신 시원한 물 한 잔을 마시는 것. 이 사소한 변화가 약물의 효과를 돕고, 폭주하는 당신의 갑상선 엔진을 식혀주는 가장 확실한 브레이크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