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지혈증 증상: 아무런 신호도 없이 찾아오는 '침묵의 살인자'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
건강검진 결과지에 찍힌 '고지혈증 주의'라는 네 글자를 마주했을 때,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난 아무렇지도 않은데?"라는 의구심이었습니다. 특별히 아픈 곳도 없고 숨이 찬 것도 아니었기에, 혈액 속에 기름기가 가득 찼다는 의사 선생님의 경고가 처음에는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렸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고지혈증은 '침묵의 살인자'라는 별명답게 아무런 자각 증상 없이 혈관을 갉아먹다가, 어느 날 갑자기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같은 치명적인 합병증으로 그 본색을 드러낸다는 사실을 공부하며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본 글에서는 제가 고지혈증을 관리하며 체득한 놓치기 쉬운 미세한 신호들과,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위험한 상태일 수 있는 고지혈증의 무서운 합병증들을 상세히 정리하여 여러분께 공유하고자 합니다. 이 글이 여러분의 소중한 혈관 건강을 미리 체크하고 관리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1. "정말 아무 증상도 없나요?" (침묵의 공포)
고지혈증(이상지질혈증)의 가장 무서운 점은 초기 증상이 거의 0%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혈액 속에 콜레스테롤이 높다고 해서 당장 머리가 아프거나 배가 아픈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진단 전까지는 평소보다 조금 더 피곤한 것이 단순한 업무 스트레스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알고 보니 혈액이 끈적해지면서 전신으로 가는 혈류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생기는 미세한 몸의 변화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혈관이 70% 이상 막혀 심혈관 질환이 발생한 후에야 고지혈증이 있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2. 드물지만 놓치지 말아야 할 외관상의 신호
고지혈증이 아주 심할 경우, 우리 몸은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몇 가지 독특한 신호를 보내기도 합니다. 이런 증상이 보인다면 지체 없이 혈액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2.1. 눈 주위의 노란 점 (황색종)
눈꺼풀 주위에 노란색의 작은 혹이나 반점 같은 것이 생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 '안검 황색종'이라고 하는데,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을 때 지방 성분이 피부에 침착되어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 나의 생각: 단순히 비립종이나 여드름인 줄 알고 방치하는 분들이 많은데, 이는 몸속에 기름기가 넘쳐나고 있다는 강력한 시각적 경고입니다.
2.2. 각막 주변의 하얀 테두리 (각막 환)
검은 눈동자의 가장자리를 따라 하얀색 혹은 회색의 테두리가 생기는 증상입니다. 노년층에서 흔히 나타나 '노인환'이라고도 불리지만, 40대 이전의 젊은 나이에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면 심각한 가족성 고지혈증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2.3. 힘줄과 피부의 덩어리
아킬레스건이나 손등의 힘줄 부위가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거나, 피부에 결절(덩어리)이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지방이 힘줄이나 피부 조직에 쌓이면서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3. 증상이 나타났을 땐 이미 늦었다? (무서운 합병증)
고지혈증 그 자체가 증상을 일으키기보다는, 고지혈증으로 인해 발생하는 '합병증'이 생명을 위협하는 통증을 유발합니다. 제가 가장 두려워했던 부분도 바로 이것입니다.
3.1. 죽상경화증 (혈관의 노화)
혈관 벽에 기름때가 끼어 혈관이 좁아지고 딱딱해지는 과정입니다. 이로 인해 혈압이 오르고, 혈관이 터지기 쉬운 상태가 됩니다. 마치 오래된 수도관에 녹이 슬고 이물질이 끼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3.2. 협심증과 심근경색 (가슴을 쥐어짜는 통증)
심장 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막히면 나타나는 질환입니다.
- 체험적 공포: 주변 지인 중 한 분이 "가슴 위에 코끼리가 앉아 있는 것 같은 압박감"을 느끼고 쓰러졌는데, 원인이 바로 방치된 고지혈증이었습니다. 가슴 통증, 호흡 곤란, 식은땀 등이 나타난다면 즉시 응급실로 가야 합니다.
3.3. 뇌졸중 (중풍)
뇌로 가는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는 질환입니다. 한쪽 팔다리의 마비, 안면 마비, 발음 어눌함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평생 장애를 남길 수 있는 무서운 질환입니다.
3.4. 급성 췌장염
혈액 내 중성지방 수치가 500mg/dL 이상으로 매우 높을 경우, 췌장에 염증을 일으켜 극심한 복통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는 고지혈증이 단순한 혈관 문제를 넘어 내장 기관까지 손상시킬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4. 고지혈증 진단, '숫자'에 주목하세요
증상이 없기 때문에 우리는 혈액 검사 수치를 자신의 증상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제가 매달 체크하는 기준표를 공유해 드릴게요.
- 총콜레스테롤: 200mg/dL 미만 (정상)
- 나쁜 콜레스테롤(LDL): 130mg/dL 미만 (당뇨나 고혈압이 있다면 100 이하로 관리해야 함)
- 좋은 콜레스테롤(HDL): 60mg/dL 이상 (높을수록 좋음)
- 중성지방: 150mg/dL 미만 (정상)
꿀팁: LDL 수치가 높다면 '혈관에 기름을 붓고 있는 상태'이고, HDL 수치가 낮다면 '혈관 청소기가 고장 난 상태'라고 이해하면 관리가 훨씬 쉬워집니다.

'괜찮겠지'라는 마음이 가장 위험합니다
고지혈증은 아프지 않기 때문에 방심하기 쉽습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약 먹기 싫은데 그냥 좀 걷고 고기 좀 덜 먹지 뭐"라고 가볍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혈관은 한 번 망가지면 되돌리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증상이 없다는 것은 몸이 건강하다는 뜻이 아니라, 몸이 조용히 견뎌내고 있다는 뜻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지금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 최근 1년 내에 피 검사를 해보신 적이 있나요? 없다면 이번 주말 근처 내과를 방문해 보세요. 만 원 내외의 검사 비용으로 미래의 수천만 원 수술비를 아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