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료 가이드] 뇌출혈, 무조건 수술하지 않습니다. (약물 치료부터 개두술까지 단계별 정리)
"뇌에 피가 고였다는데, 수술을 안 하고 지켜보자고요?" 의료진의 말에 불안해하시는 보호자분들이 참 많습니다. 하지만 뇌출혈 치료는 '무조건 수술'이 정답이 아닙니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피를 말리는 기다림이 최선일 수도, 촌각을 다투는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죠. 오늘은 뇌출혈 치료의 결정 기준과 대표적인 수술 방법 3가지를 명쾌하게 정리해 드릴게요.

1. 치료의 갈림길: "칼을 댈 것인가, 말 것인가?"
응급실에 도착해서 CT를 찍고 나면, 의료진은 긴박하게 회의를 거쳐 두 가지 길 중 하나를 선택합니다. 이 결정의 기준은 **'출혈량'**과 **'환자의 의식 상태'**입니다.
- 보존적 치료 (비수술): 출혈량이 적고(보통 30cc 미만), 환자의 의식이 명료하며, 마비 증상이 심하지 않을 때 선택합니다.
- 수술적 치료: 출혈량이 많아 뇌가 심하게 눌리고 있거나, 의식이 흐려지고 뇌압이 급격히 상승할 때 생명을 구하기 위해 진행합니다.
2. 기다림의 미학, '보존적 치료' (약물 요법)
수술을 안 한다고 방치하는 게 절대 아닙니다. 중환자실에서 24시간 모니터링하며 우리 몸이 스스로 고인 피를 흡수하도록 돕는 과정이에요.
- 뇌압 강하제 (만니톨): 뇌가 붓는 것(뇌부종)을 막기 위해 뇌 속의 수분을 빼주는 약물을 씁니다. 뇌가 붓지 않아야 뇌세포가 숨을 쉴 수 있거든요.
- 혈압 조절: 가장 중요합니다. 혈압이 높으면 멈췄던 피가 다시 터질 수(재출혈) 있기 때문에, 혈압강하제를 써서 엄격하게 관리합니다.
- 항경련제: 뇌가 자극을 받아 발작을 일으키는 것을 예방합니다.
3. 골든타임을 사수하라, '수술적 치료' 3가지
약물로 해결이 안 되거나 상황이 위급할 때는 수술실로 이동합니다. 수술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① 빨대로 피를 뽑아낸다: '천공 배액술 & 정위적 혈종 제거술'
가장 부담이 적은 수술입니다. 머리뼈를 크게 여는 게 아니라, **동전 크기만큼 작은 구멍(천공)**을 뚫어서 진행해요.
- 방법: 네비게이션 장비로 출혈 위치를 정확히 조준한 뒤, 얇은 관(카테터)을 꽂아 고인 피를 주사기처럼 뽑아내거나 저절로 흘러나오게 합니다.
- 대상: 주로 뇌 깊숙한 곳에 출혈이 있거나, 고령의 환자라서 전신 마취 대수술이 부담스러울 때 시행합니다.
② 뚜껑을 열고 피를 걷어낸다: '개두술 (Craniotomy)'
우리가 흔히 '뇌수술' 하면 떠올리는, 가장 확실하고 고전적인 방법입니다.
- 방법: 머리뼈를 큼직하게 떼어내고(뚜껑을 열고), 뇌를 짓누르고 있는 피떡(혈종)을 직접 눈으로 보며 제거한 뒤 터진 혈관을 지혈합니다.
- 대상: 출혈량이 엄청나게 많거나, 뇌압이 너무 높아서 당장 뇌가 터질 것 같은 위급 상황일 때 시행합니다. 수술 후 뇌가 부어오를 공간을 주기 위해 떼어낸 뼈를 바로 닫지 않고 나중에 붙이기도 합니다.
③ 꽈리를 막아라: '코일 색전술 & 결찰술'
이건 **'지주막하 출혈(뇌동맥류 파열)'**일 때만 하는 특수한 치료입니다. 터진 꽈리(동맥류)를 막아서 재출혈을 막는 게 목표죠.
- 코일 색전술 (시술): 머리를 열지 않고, 허벅지 혈관으로 관을 넣어 터진 꽈리 안에 백금 코일을 채워 넣습니다. 흉터가 남지 않아 요즘 가장 선호하는 방식이에요.
- 동맥류 결찰술 (수술): 시술이 불가능한 위치나 모양일 때, 머리를 열고(개두술) 터진 부위를 클립으로 집게 집듯 꽉 묶어버립니다. 가장 완벽한 재발 방지법이죠.
4. 수술 후, 진짜 치료는 이제부터입니다
수술실에서 무사히 나왔다고 해서 끝난 게 아닙니다. 뇌출혈 치료의 완성은 **'합병증 관리'**와 **'재활'**에 있습니다.
- 중환자실 관리: 수술 후 2주 정도는 '혈관 연축(혈관이 놀라서 쪼그라드는 현상)'이나 뇌부종 같은 2차 위기가 올 수 있어 긴장을 늦출 수 없습니다.
- 조기 재활: 환자의 활력 징후가 안정되면, 중환자실 침대 위에서부터 팔다리 운동을 시작해야 합니다. 뇌는 쓰면 쓸수록 새로운 길이 열리니까요.

뇌출혈 치료는 **'타이밍'**과 '환자의 체력' 싸움입니다. 의료진이 "수술합시다"라고 하면 그만큼 위급하다는 뜻이고, "지켜봅시다"라고 하면 그만큼 희망이 있다는 뜻입니다. 어떤 치료를 받게 되든, 의료진을 믿고 차분하게 기다려주는 것이 보호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내조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병마와 싸우고 계신 환자분의 쾌유를 간절히 빕니다. 분명히 다시 일어서실 수 있을 거예요.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