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우주 역사의 새 지평, 누리호 4차 발사: 뉴 스페이스 시대의 개막
대한민국 독자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가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습니다. 지난 1차 시험 발사(2021.10.21)의 아쉬움을 딛고, 2차 발사(2022.06.21)와 3차 발사(2023.05.25)에서 연이어 성공하며 우리의 우주 주권을 확립했죠. 그리고 마침내, 2025년 11월 27일 새벽 0시 55분에 예정된 4차 발사는 한국 우주 개발 역사에서 기념비적인 의미를 갖습니다.
이번 4차 발사는 그간 정부 주도로 이끌어오던 우주 개발을 민간 기업이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로 전환하는 분기점이기 때문입니다.

🇰🇷 왜 누리호인가? '독자 기술'의 완벽한 결실
누리호는 약 34년간 이어진 한국 항공우주 연구의 집약체입니다. 과거 나로호(KSLV-I)가 1단 추진체를 러시아 기술에 의존했던 한계를 극복하고, 누리호는 설계, 제작, 시험, 발사 운용의 전 과정을 순수 국내 독자 기술로 완성했습니다. 개발에는 약 2조 원이 투입되었고, 150여 개의 국내 산업체가 참여하여 무려 94.1%에 달하는 국산 부품 비율을 달성했습니다.
누리호의 핵심은 심장이라 불리는 액체 엔진 기술입니다. 1단에 75톤급 엔진 4기를 묶어 총 300톤의 추력을 내고, 2단에 75톤급 엔진 1기, 3단에 7톤급 엔진 1기를 사용합니다. 영하 183°C의 액체 산소와 3,000°C의 연소실 온도를 오가는 극한의 환경을 견디는 이 엔진은 수많은 시험과 시행착오 끝에 탄생한 우리 기술의 자랑입니다.
4차 발사의 핵심 의미: 민간 주도로의 전환
이번 4차 발사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체계종합기업으로서 누리호 제작과 발사 운용을 처음으로 주관한다는 점에서 가장 큰 의미를 가집니다. 이는 대한민국 정부가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 사업을 통해 민간 기업에 기술을 이전하고, 우주 개발의 중심축을 옮기는 첫걸음입니다.
누리호 제원 요약
총중량: 약 200톤
길이/직경: 47.2m / 3.5m
추력: 1단 300톤 (75톤급 4기), 2단 75톤 (75톤급 1기), 3단 7톤 (7톤급 1기)
4차 발사에서는 주 탑재 위성인 차세대중형위성 3호를 포함해 총 13기의 위성을 태우고 고도 600km의 태양동기궤도로 향합니다. 특히 이번 발사는 주 탑재 위성의 임무 수행 환경을 고려하여 최초의 야간 발사로 진행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뉴 스페이스' 시대, 민간 우주 산업의 글로벌 트렌드
누리호의 민간 주도 전환은 전 세계적인 '뉴 스페이스(New Space)' 흐름에 동참하는 것입니다. 뉴 스페이스란 과거 정부 주도(Old Space)의 소수 대기업 중심에서 벗어나, 혁신적인 기술을 가진 민간 스타트업과 기업들이 우주 개발을 이끌어가는 새로운 패러다임입니다. 글로벌 우주 경제 규모는 2024년 기준 약 4,760억 달러로 추정되며, 2034년에는 1조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될 만큼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주요 글로벌 트렌드는 다음과 같습니다.
재사용 발사체의 상업화 및 비용 절감
스페이스X(SpaceX)의 팰컨 9(Falcon 9) 로켓이 상징하듯, 발사체의 1단부를 회수하고 재사용함으로써 발사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기술이 민간 시장의 진입 장벽을 무너뜨렸습니다. 이는 우주 접근성을 대중화하는 핵심 동력입니다.
초소형/저궤도 위성 군집 네트워크
스타링크(Starlink)와 같은 저궤도(LEO) 위성 군집망 구축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수천 개의 소형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띄워 전 세계 어디서든 초고속 광대역 인터넷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는 통신, 위치 정보(PNT), 지구 관측 등 다양한 다운스트림(Downstream) 우주 서비스 시장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우주 데이터 활용의 극대화 (AI/융합)
플래닛 랩스(Planet Labs)처럼 초소형 위성 군집으로 지구 전체를 매일 관측하고, 이 고해상도 위성 영상 데이터를 AI 분석과 결합하여 농업, 기후 변화 감시, 재난 대응, 국방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실시간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우주 정거장 및 궤도 서비스의 민간화
액시엄 스페이스(Axiom Space) 같은 민간 기업이 자체적인 민간 우주 정거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궤도상에서 고장 난 위성을 수리하거나 연료를 재충전하는 궤도상 서비스(In-Orbit Servicing) 분야 역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누리호가 여는 대한민국의 미래
누리호의 성공적인 개발과 발사 성공은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1톤급 위성을 자력으로 발사할 수 있는 7대 우주강국 대열에 합류했음을 선언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인공위성, 우주 탐사선 등 다양한 우주 비행체를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궤도에 투입할 수 있는 전략적 자산을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향후 누리호는 2027년까지 추가적인 발사가 예정되어 있으며, 기술 고도화 과정을 거쳐 2기 이상의 위성을 여러 궤도에 투입하는 다중 발사, 나아가 달 탐사선 발사까지 가능한 수준으로 발전할 것입니다.
독자 기술을 넘어 민간 주도 시대로 나아가는 누리호 4차 발사는 단순한 로켓 발사를 넘어, 한국 우주 산업의 무한한 비즈니스 생태계 확장을 알리는 강력한 신호탄입니다. 우리 기술로 빚어낸 이 거대한 발사체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우주로 넓히는 초석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