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근경색 진짜 증상: "체한 줄 알았는데..."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막는 법
미디어에서 보는 것처럼 가슴을 쥐어짜며 "억!" 하고 쓰러지는 경우만 심근경색이 아닙니다. 오히려 "점심에 먹은 게 얹힌 것 같다"라며 소화제만 찾다가 치료 시기를 놓치는 안타까운 경우가 훨씬 많아요. 오늘은 진짜 심근경색이 왔을 때 우리 몸이 겪게 되는, 헷갈리지만 명확한 '실전 증상'들을 낱낱이 파헤쳐 드릴게요.

1. 통증의 '질(Quality)'이 다릅니다: 찌르는 게 아니라 짓누릅니다
많은 분들이 심장에 문제가 생기면 바늘로 콕콕 찌르는 듯한 통증을 상상하시는데요. 실제 심근경색 환자분들이 응급실에 실려 와서 하시는 말씀은 전혀 다릅니다. 이 '느낌'의 차이를 아는 것이 핵심이에요.
- 압박감(Squeezing): 가장 흔한 표현은 "코끼리가 내 가슴 위에 올라탄 것 같다"입니다. 흉골(가슴뼈) 안쪽에서 무언가 꽉 뭉쳐서 터질 것 같은 묵직한 압박감이 느껴집니다.
- 작열감(Burning): 마치 고춧가루를 가슴에 뿌린 것처럼 화끈거리고 타는 듯한 느낌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역류성 식도염으로 착각하기 딱 십상이죠.
- 범위의 모호함: "여기가 아파요"라고 손가락 하나로 콕 집을 수 있다면 근육통일 확률이 높습니다. 심근경색은 손바닥 전체로 가슴을 덮으며 "이 부근 전체가 뻐근하다"라고 표현하게 됩니다.
2. 소화기 증상과 겹치는 '가면(Masked)' 증상
이 부분이 정말 중요해요. 심장의 아랫부분(하벽) 혈관이 막혔을 때는 심장과 위장을 관장하는 '미주신경'이 얽혀 있어서 뇌가 통증의 위치를 착각합니다.
- 극심한 체증: 명치끝이 답답하고 꽉 막힌 느낌이 듭니다. 트림을 억지로 해봐도 시원하지 않고, 구토를 해도 가슴의 답답함이 사라지지 않아요.
- 구역질과 구토: 단순히 속이 메스꺼운 수준을 넘어서, 실제로 구토를 하기도 합니다. 보통 체했을 때는 토하고 나면 속이 좀 편해지지만, 심근경색은 토한 뒤에도 식은땀이 흐르며 기운이 쭉 빠지는 탈진 증상이 동반됩니다.
3.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 신호: '식은땀'과 '공포감'
통증의 정도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는 거짓말을 하지 못합니다. 심장으로 가는 혈류가 차단되면 우리 몸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교감신경을 흥분시킵니다.
- 서늘한 식은땀: 운동을 한 것도, 날씨가 더운 것도 아닌데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식은땀이 비 오듯 쏟아집니다. 이마나 등줄기가 축축해질 정도의 식은땀은 심각한 혈액 순환 장애를 의미하는 **'쇼크(Shock)'**의 전조입니다.
- 죽을 것 같은 공포감(Sense of Doom): 의학적으로도 설명되는 증상입니다. 환자들은 단순히 "아프다"를 넘어서 "이러다 죽겠구나" 하는 설명하기 힘든 원초적인 공포와 불안감을 느낍니다.
4. 통증의 이동 경로: 방사통의 지도
심장은 멈추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면서 주변 신경들까지 자극합니다. 가슴에서 시작된 통증이 어디로 뻗어 나가는지 체크해보세요.
- 왼쪽 어깨와 팔: 가장 클래식한 증상입니다. 왼쪽 어깨부터 팔 안쪽을 타고 새끼손가락까지 찌릿하거나 무거운 느낌이 내려옵니다.
- 턱과 목: 목구멍이 조이는 듯한 느낌, 혹은 아래턱이 빠질 듯이 아픈 치통이 느껴질 수 있습니다. 치과에 갔더니 이상이 없다고 하는데 계속 턱이 아프다면 심장 내과를 가보셔야 합니다.
- 등: 견갑골(날개뼈) 사이가 쪼개지는 듯한 통증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는 대동맥 박리 등 다른 심혈관 질환일 수도 있으니 즉시 병원에 가야 합니다.
5. '조용한 살인자': 무통성 심근경색
"나는 가슴이 안 아픈데 심근경색일 리가 없어"라는 생각은 위험합니다. 전체 심근경색 환자의 약 20~30%는 뚜렷한 흉통이 없습니다.
- 누가 위험한가요?: 당뇨병 환자와 75세 이상의 고령자입니다. 당뇨를 오래 앓으면 감각 신경이 무뎌져서 심장이 괴사하는 고통을 뇌가 느끼지 못할 수 있습니다.
- 증상은?: 가슴 통증 대신 **'갑작스러운 호흡곤란'**이나 **'전신 무기력증'**으로 나타납니다. "할아버지가 갑자기 숨이 차다고 하시더니 기절하셨다"라는 경우가 바로 이런 케이스입니다.
6. 협심증 vs 심근경색: 결정적 차이 2가지
평소 협심증이 있던 분들도 심근경색으로 악화될 때 이 차이를 몰라 변을 당하곤 합니다.
- 지속 시간: 협심증은 안정을 취하면 5~10분 내에 통증이 가라앉습니다. 하지만 30분 이상 극심한 통증이 지속된다면, 이건 혈관이 완전히 막혀 심장 근육이 죽어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 니트로글리세린 반응: 혀 밑에 넣는 응급약(니트로글리세린)을 먹었는데도 통증이 전혀 줄어들지 않는다면, 100% 급성 심근경색 상황입니다. 약 효과가 없다고 2알, 3알 계속 드시지 말고 바로 119를 누르세요.
7. 증상 발견 시 대처법: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까?
증상을 인지했다면 그 다음 행동이 생사를 가릅니다.
- 운전대 잡지 마세요: 병원으로 가는 도중 심장마비(심실세동)가 오면 대형 교통사고로 이어집니다. 무조건 119를 부르거나, 보호자의 차를 타고 뒷좌석에 비스듬히 누워 이동하세요.
- 가족에게 알리고 현관문 열어두기: 1분 1초가 급박합니다. 구급대원이 도착했을 때 문을 열어줄 힘조차 없을 수 있으니 미리 문을 열어두세요.
- 천천히 깊게 숨쉬기: 당황해서 과호흡을 하면 산소 공급이 더 안 됩니다. 최대한 편한 자세로 앉거나 기대서 심호흡을 하며 안정을 취하세요.

마치며
오늘 이야기한 '압박감', '식은땀', '30분 이상의 지속' 이 세 가지 키워드만 기억해도 생명을 살릴 수 있습니다. 심근경색은 예고 없이 찾아오지만, 우리 몸은 분명히 신호를 보냅니다. "체했나 보다" 하고 넘기기엔 너무나 위험한 신호들, 이제는 확실히 구분하실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