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풍약, 아플 때만 먹으면 내성 생긴다? 발작기 vs 유지기 약물 사용의 정석
[요약]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는 통풍, 하지만 통증이 사라졌다고 약을 끊는 순간 요산 결정은 더 날카롭게 관절을 파고듭니다. 급성 발작기에 불을 끄는 약과 평생 요산을 관리하는 약은 엄연히 다릅니다. 시기별로 올바른 약물 선택법과 부작용 없이 복용하는 전문가의 노하우를 공개합니다.

통풍약은 '두 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많은 환자분이 저지르는 가장 큰 실수는 **"아플 때만 약을 먹고, 안 아프면 끊는다"**는 것입니다. 이는 통풍을 악화시키는 지름길입니다. 통풍약은 크게 **① 통증을 잡는 소방수(급성기)**와 **② 원인을 제거하는 청소부(유지기)**로 나뉩니다.
이 두 가지 약은 복용 시점과 목적이 완전히 정반대입니다. 엉뚱한 시기에 잘못된 약을 쓰면 오히려 통풍 발작이 더 심해질 수 있습니다. 지금 내가 먹어야 할 약은 무엇인지, 정확한 로드맵을 그려드립니다.
1단계: 급성 통풍 발작기 (불 끄는 시기)
자다가 엄지발가락이 불타는 듯한 통증에 깼다면, 이때는 '요산 수치'를 신경 쓸 때가 아닙니다. 무조건 **'염증과 통증'**을 잡아야 합니다. 이때 요산을 낮추는 약을 갑자기 쓰면 요산 이동이 일어나 통증이 더 악화됩니다.
① 콜키신 (Colchicine) 가장 대표적인 초기 대응 약물입니다. 백혈구가 요산 결정을 공격하지 못하게 막아 염증을 차단합니다.
- 핵심: **'골든타임'**이 생명입니다. 통증 시작 후 24시간 이내에 복용해야 효과가 좋으며, 늦어도 36시간 안에는 먹어야 합니다.
- 부작용: 과량 복용 시 설사, 복통이 흔하게 발생합니다. 설사가 시작되면 약 효과가 충분하다는 신호일 수 있으니 의사와 상의해 용량을 조절해야 합니다.
②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NSAIDs) & 스테로이드 콜키신만으로 통증이 잡히지 않을 때 병행합니다. 일반 진통제가 아닌 강력한 항염 작용을 하는 약물입니다. 단, 신장 기능이 떨어진 환자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2단계: 잠잠해진 휴지기 (청소하는 시기)
통증이 사라졌다고 완치된 것이 아닙니다. 이제부터가 진짜 치료의 시작입니다. 몸속에 쌓인 요산 덩어리를 녹여 소변으로 배출시켜야 재발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이 약들은 꾸준히, 장기적으로 복용해야 합니다.
① 자이로릭 (Allopurinol) 가장 오랫동안 쓰여온 1차 치료제입니다. 요산 생성을 억제하는 효과가 뛰어납니다.
- 주의점: 드물게 치명적인 피부 발진 부작용(스티븐스 존슨 증후군)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한국인의 경우 특정 유전자와 관련이 있어, 처음 복용 시 피부 변화를 면밀히 관찰해야 합니다.
② 페브릭 (Febuxostat) 최근 가장 많이 처방되는 약물입니다. 자이로릭보다 요산 저하 효과가 강력하고, 신장 기능이 다소 떨어진 환자도 비교적 안전하게 복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식사와 상관없이 하루 한 번 복용하면 되어 편의성이 높습니다.
③ 벤즈브로마론 (Benzbromarone) 요산 생성을 막는 위 두 약과 달리, 요산의 **'배설'**을 촉진하는 약입니다. 요산이 잘 안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잘 못 나가는 환자에게 효과적입니다. 하지만 요로결석이 있는 환자는 결석이 커질 수 있어 피해야 합니다.
[심층 분석] 통풍약에 대한 3가지 진실
Q. 통풍약, 평생 먹어야 하나요? 이 질문에 대한 의학적인 정답은 **"대부분 그렇지만, 아닐 수도 있다"**입니다. 고혈압 약처럼 관리하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약을 통해 요산 수치를 5~6mg/dL 이하로 1년 이상 유지하고, 퓨린 제한 식이요법과 체중 감량에 성공한다면 약을 줄이거나 끊고 관찰하는 시기를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임의로 중단하면 100% 재발하므로 반드시 주치의의 지시에 따라야 합니다.
Q. 약 먹는데 왜 또 아픈가요? (요산 이동 발작) 요산 저하제를 처음 복용하면, 관절에 붙어있던 요산 결정들이 녹아서 혈액으로 흘러나옵니다. 이때 백혈구가 "새로운 침입자다!"라고 오해해 공격하면서 일시적으로 통증이 올 수 있습니다. 이는 치료가 잘 되고 있다는 명현 현상과 비슷합니다. 놀라서 약을 끊으면 안 되며, 이때는 소량의 콜키신을 병행하며 꾸준히 요산 저하제를 드셔야 합니다.
Q. 물 많이 마시는 게 약만큼 중요한가요? 네, 그렇습니다. 아무리 좋은 배설 촉진제를 먹어도 소변량이 적으면 요산이 나갈 길이 없습니다. 하루 2L 이상의 수분 섭취는 선택이 아닌 '처방'입니다.

약은 '족쇄'가 아니라 '열쇠'입니다
많은 분이 "젊은 나이에 평생 약을 달고 살아야 하나"라며 우울해하십니다. 하지만 통풍약을 먹는 것은 신장 망가짐과 관절 변형을 막는 가장 강력한 방어막을 치는 것입니다.
통증이 없을 때 먹는 약이 진짜 내 몸을 살리는 약임을 기억하세요. 꾸준한 약물 복용과 약간의 식습관 교정만 있다면, 통풍은 당신의 삶을 전혀 방해하지 못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