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동맥 고혈압은 심장에서 폐로 혈액을 보내는 통로인 폐동맥의 압력이 높아져 결국 심장까지 망가뜨리는 희귀하지만 매우 치명적인 질환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일반적인 고혈압과는 차원이 다른 폐동맥 고혈압의 위험성과 주요 증상, 그리고 최신 치료법에 대해 상세히 분석하여 생소한 질병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돕고자 합니다. 단순히 숨이 차는 증상을 넘어 생명을 위협하는 이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가이드를 제시하는 것이 이 글의 목적입니다.
폐동맥 고혈압, 일반 고혈압과는 완전히 다른 병입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고혈압은 전신 혈관의 압력이 높은 상태를 말하지만, **폐동맥 고혈압(Pulmonary Arterial Hypertension, PAH)**은 오직 심장에서 폐로 연결된 '폐동맥' 내의 혈압이 높아지는 병입니다. 폐동맥이 좁아지거나 딱딱해지면 심장은 폐로 피를 보내기 위해 훨씬 더 큰 힘을 써야 하고, 결국 심장 근육이 지쳐서 기능을 멈추는 '심부전'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희귀 질환으로 분류되지만, 방치할 경우 생존율이 매우 낮기 때문에 그 어떤 질환보다 정확한 정보와 빠른 대처가 중요합니다.

1. 폐동맥 고혈압이 발생하는 이유
폐동맥 고혈압은 왜 생기는 걸까요? 안타깝게도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원발성)가 많지만, 특정 요인에 의해 유발되기도 합니다.
- 유전적 요인: 특정 유전자의 변이로 인해 가족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 동반 질환: 루푸스나 경피증 같은 자가면역질환, 선천성 심장병, 간경화, 에이즈(HIV) 감염 등이 폐동맥 혈압을 높이는 원인이 됩니다.
- 약물 및 독소: 과거 유행했던 특정 식욕억제제나 마약류 섭취가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 원인 미상: 특별한 이유 없이 폐동맥 혈관 벽이 두꺼워지면서 통로가 좁아지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2. 절대 놓쳐선 안 될 폐동맥 고혈압의 신호
폐동맥 고혈압의 가장 큰 문제는 초기 증상이 '단순 피로'나 '체력 저하'와 비슷해 초기 발견이 매우 어렵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병이 진행됨에 따라 다음과 같은 명확한 신호를 보냅니다.
① 계단을 오를 때 유독 심한 숨 가쁨
평소에는 괜찮다가도 계단을 오르거나 가벼운 오르막을 걸을 때 숨이 턱끝까지 차오릅니다. 병이 진행되면 옷을 갈아입거나 세수를 하는 등 일상적인 움직임만으로도 호흡 곤란을 느낍니다.
② 만성적인 피로감과 무기력증
폐에서 산소 교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심장 출력량이 줄어들면서 온몸에 산소 공급이 부족해집니다. 이로 인해 충분히 쉬어도 피로가 풀리지 않고 몸이 늘어지게 됩니다.
③ 가슴 통증과 어지럼증
심장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흉통이 발생할 수 있으며, 뇌로 가는 혈류량이 순간적으로 부족해져 실신하거나 심한 어지럼증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는 매우 위험한 신호이므로 즉시 응급실을 찾아야 합니다.
④ 다리 부종과 청색증
우심실 기능이 떨어지면 혈액이 정체되어 다리나 발목이 심하게 붓습니다. 또한 혈중 산소 농도가 낮아져 입술이나 손톱이 푸르게 변하는 청색증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3. 진단이 어려운 이유와 검사 방법
폐동맥 고혈압은 일반적인 신체검사나 혈압 측정으로는 발견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의심 증상이 있다면 반드시 전문적인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 심장 초음파: 가장 기본적이면서 중요한 선별 검사입니다. 심장의 구조와 폐동맥의 대략적인 압력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 우심도자술: 폐동맥 고혈압 확진을 위한 '골든 스탠다드' 검사입니다. 가느다란 관을 혈관에 삽입해 폐동맥의 압력을 직접 측정합니다.
- 폐 기능 검사 및 CT: 폐 자체의 질환 때문인지, 혹은 혈관의 문제인지를 감별하기 위해 시행합니다.
4. 치료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폐동맥 고혈압 진단 후 생존 기간이 2~3년에 불과할 정도로 치명적이었지만, 최근에는 뛰어난 치료제들이 많이 개발되어 관리 가능한 질환이 되고 있습니다.
- 폐혈관 확장제: 좁아진 폐동맥 혈관을 넓혀 압력을 낮추어주는 약물입니다. 먹는 약부터 흡입제, 주사제까지 다양한 형태가 있습니다.
- 병용 요법: 최근에는 한 가지 약물만 쓰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기전의 약물을 2~3가지 함께 사용하는 '조기 병용 요법'이 생존율을 높이는 데 효과적임이 입증되었습니다.
- 항응고제 및 이뇨제: 혈전 형성을 막고 몸의 붓기를 조절하여 심장의 부담을 덜어줍니다.
- 수술적 치료: 약물로 조절되지 않는 심한 경우 심방 중격 절개술이나 폐 이식을 고려하게 됩니다.
5. 환자가 지켜야 할 생활 수칙
병원 치료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일상에서의 관리입니다.
- 염분 제한: 나트륨은 체내 수분을 정체시켜 심장 부담을 가중시킵니다. 저염식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 적절한 운동: 과도한 운동은 위험하지만, 전문가의 지도 아래 걷기 같은 가벼운 유산소 운동은 근력을 유지하고 심폐 기능을 돕습니다.
- 감염 예방: 감기나 폐렴은 폐동맥 고혈압을 급격히 악화시킵니다. 매년 독감 및 폐렴구균 예방접종을 반드시 해야 합니다.
- 피임: 임신은 심박출량을 급격히 늘려 폐동맥 고혈압 환자에게 매우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환자분들은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해야 합니다.

희망은 '조기 발견'과 '적극적 치료'에 있습니다
폐동맥 고혈압은 분명 무서운 병입니다. 하지만 "그냥 체력이 떨어졌나 보다" 하고 넘기지 않는 예리한 관찰력과, 확진 후 포기하지 않는 적극적인 치료 의지가 있다면 충분히 일상을 누릴 수 있습니다.
숨이 차는 증상을 가볍게 여기지 마세요. 본인의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를 기울이고 전문의를 찾는 용기가 여러분의 심장과 생명을 지키는 첫걸음입니다.